애니코덱 AnyCodec 코덱 통합코덱 종합코덱 필수코덱 코덱팩 동영상 재생 영화 음악 드라마 애니메이션 비디오 오디오 최신 버전 무료 다운로드 DivX Xvid ffdshow AC3 DTS MPEG MPEG-4 h.264 x264 AVC AAC MediaInfo Codec CodecPack Movie Music Video Audio AVI ASF WMV WMA MKV FLV MPG MP4 MP3 OGG
StarCodec
Korean | English
자유게시판
 
스타코덱 님의 글입니다.   
제목   [펌] 쇠고기 협정,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어두운 미래
작성자   스타코덱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한 협정으로 인해 연일 촛불시위의 기세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부터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들은 물론이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이명박을 선택한 사람들과 정치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10대, 20대들까지도 촛불시위에 참여하거나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6월 4일 치뤄진 재보궐 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남으로써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과연 쇠고기 시장 개방 협정 문제, 통칭 광우병 쇠고기 개방 문제는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광풍일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실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초상화인가?


쇠고기 개방 협정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번 광우병 파동이 일시적인 상황인지, 아니면 일련의 흐름안에 존재하는 있는 문제인지를 보기위해선 먼저 쇠고기 개방 협정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쇠고기 문제가 결정적으로 튀어나온 시기는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도중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 국민들은 광우병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했고, 그저 작년부터 뉴스에서 뼈없는 쇠고기에 뼈가 들어있었다는 문제 정도 거론되었던 것만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방미 도중 쇠고기 수입 개방 협정이 타결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갑자기 SRM이라던가 변형 프라이온 등 광우병과 관련한 듣도 보도 못했던 용어들이 튀어나오면서 정국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후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정부의 해명에 대한 기자들의 이의 제기, MBC 100분 토론에서의 문제 상황 확인 - 오역 문제 - 및 AMR(선진 회수육) 문제 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인터넷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유포되면서 (비록 진짜 괴담 수준의 것도 있었지만) 촛불 시위가 시작되었고, 10대가 주를 이루던 촛불 시위는 시간이 갈 수록 30~40대의 참여가 활발해졌고, 내용 역시 점점 더 과학적 사실과 자료에 근거한 이야기로 정제되었다.

상황이 또 한번 발전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5월 31일 밤이다. 시내 가두 시위를 하던 시민들이 청와대에 가서 직접 이야기하겠다며 청와대로 향했고, 이를 막던 경찰이 물대포와 소화기, 경찰 특공대와 몽둥이질 등 불법 폭력 과잉 진압을 함으로써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연결됐다. 급기야 6.4 재보궐 선거의 한나라당 참패와 함께 지지율 17%대라는 기록적인 수치로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이하게 됐다.

이 즈음에 와서는 정부 역시 잘못된 협상과 문구를 인정하고 미국에 재협상을 통사정하는 분위기로 갔으나, 칼자루를 쥔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리 만무하였고, 급기야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의 한국민 비하 발언 - 한국인은 과학 공부나 하고 와라 - 으로 이어지면서 자칫 반미 시위로 이어지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경찰의 불법 과잉 폭력 진압은 오히려 그 동안 관심을 갖지 않던 비운동권 대학생이나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불러옴으로써 바야흐로 정국은 폭풍 전야의 모습을 띄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쇠고기 협정의 주체는 농림수산식품부다. 정운천씨가 장관으로 있는 이 부처는 노무현 정권 당시부터도 한미 FTA와 연계되는 쇠고기 시장 개방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뼈없는 쇠고기만 받아들인다고 한 후, 뼈가 발견되면 수입을 중지하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시장 개방을 늦추며 미국의 진을 빼고 있었다. 그러던 농림부가 어째서 며칠 사이에 갑자기 협정에 동의하고 사인을 했을까?

정부 각 부서나 청와대 회의 등에서 나온 여러 가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우선 외교통상부에서 개입을 했다는 사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추어 부시 행정부에 어떤 성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과 함께 한미 FTA의 빠른 성사를 위한 일종의 양보였다는 것은, 청와대 내부 회의를 취재한 기사들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를 했느냐 안했느냐와는 별개로, 이 쇠고기 시장 개방 협상의 타결에는 농림부보다는 외교부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농림부가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광우병의 위험성이나 폐해, SRM 부위의 축소 문제라던가 AMR 문제 등 시민들이 한 달만에 밝혀낼 수 있을만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을까? 상식적으로 이런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도 실수라고 인정할 수 있을만큼 엉터리 협정을 맺을리가 있을까?

필자에게 아틀란타 이선영 주부가 제공한 자료와 필자가 지난 5월 이 자료를 토대로 미국 USDA 자료를 검토한 바에 의하면, 미국 목축 육우 협회 회장 앤디 크로세타는 이미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방한했으며, 이 때 쇠고기 개방 확대에 대한 약속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기사가 미국 목축 육우 협회 홈페이지에 지난 2월 방문 직후 공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이 부분은 국내 언론에 의해서도 밝혀져 기사화 되었음) 새 대통령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던 2월에 이미 약속을 받았다는 것은 외교부나 농림부가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관여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생길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BBK 문제와 이를 연계하여 모종의 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고, 최근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하여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즉, 농림부에서 반대를 하였음에도 외교부와 청와대(거슬러 올라가면 인수위)에서 협정 체결을 강행한 것이라는 정황적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방미 당시 있었던 심야 회의가 이 대통령과 외교부에 의해 이루어졌고, 지구 반대편에서 회의를 하던 농림부는 그 후 몇시간 만에 갑자기 협상을 타결하고 사인까지 일사천리로 해버렸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전문 담당 부처의 의견을 무시한 것일까?

그렇다면 결론은 청와대가 담당 부처인 농림부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게 된다. 농림부가 광우병 등의 문제를 몰랐을리도 없고 이를 보고하지 않았을리도 없음에도, 결국 농림부 스스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완전 개방의 협상안에 사인을 한 것이다. 이는 농림부보다 상급자의 지시가 없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혹시 외교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비록 외교부가 농림부보다 서열상 상위라고 하여도 결국 같은 레벨의 행정 부처인데 압력을 행사하는 부분까지 단독으로 하기는 어렵다. 즉,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지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농림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예상되는 문제를 보고했을 것이고 - 하지 않았다고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소통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미국까지 가 있는 상태에서 즉시 협정을 체결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아야 옳다. 그렇지 않다면 1년을 넘게 질질 끌던 (일부러 시간을 끌던) 협정을 갑자기 체결할 이유가 농림부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FTA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FTA는 미국 내 의회에서 인준을 받기 위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하루가 급하지도 않다. 즉, 그 시점에 협정이 체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단 한가지 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초등학생 대상 범죄와 관련하여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인 경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불시 방문을 해서 관련자와 책임자를 질책한 일이 있었다. 그 때 여론은 시원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통령이 너무 디테일한 것을 챙기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촛불 시위에서도 방중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시위의 근본 원인이나 동향 등 큰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양초도 아닌 촛불을) 누가 사주었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등 마이크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드러나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필자가 며칠전 인터넷에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참평 포럼에서 연설한 내용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당시 후보자의 공약을 비판하며 철도 페리 등 너무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공약에 집착한 채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이명박 대통령의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문제"는 이 밖에도 적지않은 예가 있을 정도로 심각해 보인다. 리더로서 세세한 부분을 꼼꼼하게 챙기는 자체는 문제삼을 일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정점에 있어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모든 실무를 세밀하고 꼼꼼하게 챙길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너무 세밀하게 챙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전체의 흐름을 놓치고 정책이 표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이렇게 꼼꼼하게 챙긴다는 것은 바로 실무자를 믿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무자는 나름대로 실무에서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하게 마련인데, 리더가 실무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다보면 실무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무시하게 되고 놓치게 된다.

이쯤되면 어째서 이런 쇠고기 협정이 맺어졌는지 짐작이 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실무자 농림부의 의견을 이명박 대통령이 무시했거나, 아예 의견을 내놓지도 못하게 분위기를 몰아갔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메가(!)톤급 폭발력이 예상되는 광우병 문제를 농림부가 아무런 대처없이 넘어갔을리가 없다. (그것도 이미 지난 1~2년간 이 문제를 대처해 온 농림부가 말이다.) 만에 하나 괴담처럼 돌고있는 이명박 정부(또는 인수위)와 미국과의 빅딜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문제까지 감수하며 밀어붙이기에는 이명박 정부가 너무 손해다.

즉, 이번 광우병 파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실무자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밀어붙이기"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경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의 배후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

이러한 문제점은 이 문제의 원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했다는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수석들이 제대로 말도 못하더라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가 전문가라고 믿으며,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 하급자 불신의 병에 걸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직속 부하들도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어짜피 말해도 질책만 들을 뿐 먹혀들어가지 않으니까.

이것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를 자처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어 스스로의 생각에 하급자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을 불신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주식회사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와는 별개로, 설령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CEO가 직원들을 불신하게 되면 그 회사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그 회사가 직원 수십명 규모의 중소기업이라면 모를까, 직원 숫자가 몇천만명이라면 결국 각 부분을 움직이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이 전문가들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없는 이상 어느 부분도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을 신뢰하지 않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나 의료보험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사립학교 확대 등 다양한 쟁점 분야에서 국민의 의견을 전혀 청취하지 않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사람은 본래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훼방놓으려고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에 대해 배후를 내놓으라고 을러대는 모습이 이를 반증한다.

즉, 앞으로 5년간 모든 분야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은 어떤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해당 분야 전문가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결론을 내리고 무조건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밑의 비서들과 정부 부처는 이렇게 대통령이 미리 정해 놓은 정답에 맞는 풀이를 만들어내느라 진땀을 흘릴 수 밖에 없다.


국가적 의사 결정은 연역법이 통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사 결정 과정은 연역적이다. 미리 정답을 정해 놓는다. 그 정답의 결정 과정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그냥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 정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근거 자료는 청와대 비서진들과 정부 부처들이 머리를 싸메고 만들어 낸다. 마치 대운하의 타당성을 산하 연구기관에 억지로 요구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번 쇠고기 파동에서도 농림부는 미리 정해진 정답에 풀이를 끼워맞추기 위해 안쓰러울 정도로 갈팡질팡 혼란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 거의 알몸 노출에 가까운 개방에 재협상이 없다는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경우도 여기에서 벗어나는 결론은 내릴 수 없다. 정부 스스로가 - 실은 워싱턴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심야 회의에서 - 하룻밤 사이에 뚝딱 그렇게 정답을 써 버렸다. 그런데 국민은 재협상, 고시 철회를 요구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무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답을 바꿀 수도 없다. 그러니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을 고쳐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에서야 경영자의 직관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에서는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한 시스템을 따로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경영자의 직관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대기업에서조차도 그룹 회장의 직관에 의존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가라는 것은 기업과는 달리 상명하복식의 피라미드 조직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기업의 소유자가 주주이고, 의사결정의 권한, 즉 권력이 주주 및 주주가 위임한 경영자에게 있는 반면,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공화국에서는 국가의 소유주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즉, 한국식 기업의 의사 결정에서 모든 최종 결정과 그 책임은 기업주가 지며, 경영을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기업주가 지는 반면(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의사 결정의 권한과 책임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하며, 국가에 위기가 도래하면 그 책임을 결국 국민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와 기업의 구조와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의 운영은 기업식으로 직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여론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국가의 의사 결정은 연역적이 아니라 귀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많은 이들의 의사 교환을 통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만 정책이 순리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직관에 의해 결론을 내린 후 과정을 끼워맞추는 식이 아니라, 좀 돌아가더라도 먼저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필자가 보기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정부가 아니라 잘하는 정부다

이처럼 전문가의 의견은 무시한 채 비전문가 - 대통령 - 의 직관에만 의지한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다음, 그 결론에 맞는 도출 과정을 역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인지 청와대는 하루에 4시간을 취침한단다. 최근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열심히 일하면 국민들이 알아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쉽다" 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말을 보며 불현듯 5년전의 일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사상초유의 검사 항명 사태가 있었던 그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새파란 젊은 평검사들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몇날 며칠을 밤새워 일하다가 감기가 덧나 폐렴으로 죽고, 애도 겨우 낳았다. 왜 알아주지 않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자기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옳았을까?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최고였다.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칼퇴근하는 사람이 10의 일을 한다면, 12시간, 15시간 일하는 사람은 14, 17의 일을 했다. 일을 한 시간 만큼 결과물을 내놓았다. 잔업 많이 해서 제품 많이 내놓는 사람이 최고였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에서는 다르다. 그 사람이 얼마나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일했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남들이 12시간 걸려 할 일을 6시간만에 완벽하게 해낸 후 나머지를 자기 계발이나 체력 단련, 휴식에 투자한다면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국민들은 IMF를 거치면서 이미 이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런데 당시 검사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설명할 뿐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국민들이 검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15시간 걸려 할 일이 있으면 부하직원을 늘려 그것을 6시간에 해내고, 검사 본인은 좀 더 공부를 하거나 혹은 미흡한 분야에 투자하기를 바라지 않을까? 그래서 검사로서의 능력이 좀 더 발전하고, 그로 인해 좀 더 국민 생활이 나아지고,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그렇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잘 살게 되는 것이다. 국민이 잘 살 수만 있다면 그들이 열심히 일하건 쉬엄쉬엄 일하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하루에 20시간을 일하던 8시간을 일하던, 그들이 일을 한 절대적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을 비록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역할이란, 국가가 잘 돌아가서 국민을 잘 살게 해주는 것으로 평가받는게 아니라, 몇시간을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인가보다. 하지만 국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일을 잘 했는가이다.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말은, 기업을 살리라는게 아니라 국민을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거론하면서 "졸면서 협상했나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것이 "졸면서 협상할만큼 열심히 했다"라는 뜻이었던 것 같지만,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졸면서 협상을 했다니 얼마나 엉망으로 했을까"라는 소리로밖에 안들렸다. 즉, 대통령에게 있어 졸면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일을 제대로 한 것이고, 국민들에게 있어 졸면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일을 엉망으로 한 것이라는 말이다.

과거 산업화 사회에서, 그것도 건설 업종의 일원으로 살아온 대통령이 어째서 정보화 사회의 리더 자리에 부적합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신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생각도 없고, 알 능력도 없어 보인다. 그저 정보화 사회의 국민들만 답답해 할 뿐이다.


대한민국에게 남은 것은 길고 긴 5년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대한민국에게 남은 것은 어둡고 긴 5년이다. 그 5년은 자기들 딴에는 열심히 일하는 5년이 되겠지만, 국민들에게는 쓸데없이 밤늦게까지 일만 열심히 하면서 괴롭게 만드는 5년이 될 것이다.

필자에게는 이런 상황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해법이라면 대통령 스스로가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것인데, 스스로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다른 사람을 불신하는 특징을 가진 그가 과연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통령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을 경우이다. 쇠고기 문제와 대운하 등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두세번에 걸쳐 좌절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두 가지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첫번째 가능성은 자신을 좌절시킨 국민에 대해 증오심을 갖는 것이고, 두번째 가능성은 모든 것에 좌절해 버리는 것이다. 전자는 전자대로 위험하고, 후자는 후자대로 위험하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해결할 방법 또한 별로 보이지 않는다.

만약, 좌절이나 증오의 심해진다면, 그래서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극단의 결과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부디 필자만의 쓸데없는 기우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렇듯, 암울한 5년이 대한민국의 앞에 펼쳐져 있다. 부디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배리 이진행 ( http://www.bloggershome.net/barry )

Name :
  
Pass :


Code :
 
 Prev    감사합니다. [1]
베다니현빈
  2008/07/22 
 Next    미국 쇠고기 광우병 위험물질 애완동물에게도 안 먹여...
스타코덱
  2008/05/02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StarCodec
스타코덱 이용 약관
제휴 문의 : starcodec@gmail.com
ⓒ 2014 Pintosoft